[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해 중앙대 경희대 등 상위대학이 2025 학종 가이드북을 통해 일제히 ‘교과 이수 권장과목’을 공개했다. 해당 전공을 이수하는 데 필요하다고 대학이 판단하는 선택과목으로 특히 학종에서 학업 탐구역량과 진로역량 등을 살펴보기 위해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 서류 평가영역이 줄면서 교과 선택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된 상황. 학종 지원자들은 반드시 참고해야 할 자료다.
이수 권장과목을 가장 먼저 제시한 대학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2022년 공개한 2024전형계획에서 ‘전공연계에 따른 핵심권장/권장 이수과목’을 제시하고 2024대입부터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1, 2점 차이로 합불이 갈리는 서울대 입시에서 권장과목의 이수 여부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고교 현장의 목소리다. 고대 연대 중대 경희대는 지난해 성균관대까지 5개교가 공동으로 연구한 자연계 수학/과학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을 올해 학종 가이드북에 포함하면서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자연계열은 학문 특성상 학습의 단계가 있기 때문에 학습단계에 따라 충실히 이수해온 것이 대학 입학 후 학습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학의 교과 이수 권장과목 공개는 학종을 겨냥한 학생들에게 구체적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교학점제 운영 확대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넓어지고 있는 가운데 진로와 연관된 과목을 안내해 수요자로 하여금 보다 명확한 과목 선택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권장과목을 제시한 배경에는 전공 이수를 위한 ‘최소한의 허들’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 통합형 수능 실시 이후 대학 수학에 필요한 고교 과목 이수 없이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지면서 대학도 교육에 어려움이 크고, 학생들의 적응도 또한 낮아지면서 중도이탈률이 높아지는 사례가 발생해 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에선 상위대를 시작으로 대학 전반에서 권장과목 도입 움직임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8대입개편 이후에는 문이과가 완전히 통합되면서 이공계에선 대학 전공을 이수할 수 있는 기초학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 학종뿐만 아니라 교과전형과 정시 수능전형에서도 학생부 정성평가를 일부 반영하면서 교과 이수 기준을 사실상 칸막이로 활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 교육전문가는 “이론적으로 문과의 의대 진학이 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전공 이수 능력이 없는 지원자를 변별하기 위해 허들을 만들 듯하다. 미적분Ⅱ 기하 외에 생명과학 등의 과목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권장하는 식이다. 현재는 ‘권장’에 그치는 수준이지만 ‘의무’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대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 수시/정시 모두 반영>
서울대는 2025 입학전형 안내 자료를 통해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제시하고, 이를 수시 서류평가와 정시 교과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각 전공 분야의 학문적 특성을 고려해 학생의 진로 목표에 따른 전공 연계과목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권장과목은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 권장과목은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을 의미한다.
미적분/기하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지정한 모집단위는 수리과학 통계 물리 천문 공대(광역) 건설환경공 기공 재료공 화생공 에너지자원공 조선해양공 항공우주공 조경지역시스템공 바이오시스템소재 수학교육이다. 전기정보공 산업공 원자핵공 스마트시스템과학 첨단융합은 미적분만 핵심 권장과목으로 제시했다. 컴공의 경우 미적과 확률과통계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제시했다.
과학 과목을 핵심 권장과목으로 지정한 모집단위는 조선해양공(물리학Ⅰ), 물리 기공 전기전보공 화생공 에너지자원공 항공우주공 물리교육(물Ⅱ), 천문(지구과학Ⅰ), 화학교육(화학Ⅱ), 의예(생명과학Ⅰ), 식물생산과학 수의예(생Ⅱ), 식품영양 약학(화Ⅰ/생Ⅰ), 식품동물생명공 응용생물화학(화Ⅱ/생Ⅱ)이다.
인문대 경영대 미대 음대 치의대학원의 경우 권장과목이 없다. 이 같은 경우 학생의 진로/적성에 따라 적극적인 선택과목 이수를 권장한다고 서울대 측은 설명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서울대는 고교 재학 중 학생의 진로가 변경될 수 있음을 알며 학생이 수학하는 고교의 교육과정 편성 현황이나 운영 여건이 다양함을 알고 이를 평가에 감안하고 있다.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미이수한 경우라도 학생이 이수한 다양한 선택과목 내용에 나타나는 적극성과 충실성을 평가에 반영한다”고 전했다.
<연대 중대 경희대.. 학업역량/진로역량 등 평가에 활용>
연대 중대 경희대는 지난해 3월 5개교(고대 연대 성대 중대 경희대)의 ‘고등학생 교과이수 과목의 대입전형 반영 방안 연구-자연계열 모집단위를 중심으로’ 공동연구 결과물을 학종 가이드북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학별 자연계열 전공 모집단위를 14개 학문 분야별로 범주화해, 수학 및 과학 교과과목을 ‘핵심과목’과 ‘권장과목’으로 나눴다. 서울대와 마찬가지로 핵심과목은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하길 권장하는 과목, 권장과목은 학과에서 공부하기 위해 가급적으로 이수하길 권장하는 과목을 의미한다.
자연계열 교과 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하는 이유는 학문 특성상 단계(위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경희대는 “고교에서 배우는 모든 과목은 대학 공부의 기초가 된다. 어느 하나 소홀히 할 과목은 없으며 어떤 과목이라도 충실하게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만 자연계열은 학문 특성상 학습의 단계(위계)가 있다. 고교 때 배워야 했을 과목을 대학에서 다시 공부하기가 쉽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따라서 자연계열 학문 특성상 학습 단계에 따라 충실히 이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학 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기하, 권장과목으로 확통을 제시했다. 경희대 수학 응용수학, 연대 수학 응용통계, 중대 수학이 해당한다. 컴퓨터 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기하, 권장과목으로 확통/인공지능수학을 제시했다. 경희대 소프트웨어융합 인공지능 컴공, 연대 IT융합공 인공지능 컴퓨터과학, 중대 AI 산업보안 소프트웨어 예술공이 해당한다.
산업 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확통을 제시했다. 경희대 산업경영공, 연대 산업공이 해당한다. 물리 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기하와 물Ⅰ/물Ⅱ/화Ⅰ, 권장과목으로 확통과 화Ⅰ을 제시했다. 경희대 물리 응용물리, 연대 물리, 중대 물리가 해당한다. 기계 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기하와 물Ⅰ/물Ⅱ/화Ⅰ, 권장과목으로 확통을 제시했다. 연대 중대 경희대의 기공이 해당한다.
전기전자분야도 핵심과목으로 미적/기하와 물Ⅰ/물Ⅱ/화Ⅰ, 권장과목으로 확통을 제시했다. 경희대 생체의공 전자공 미래정보디스플레이, 연대 시스템반도체공 전기전자공, 중대 전자전기공이 해당한다. 건설/건축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 권장과목으로 확통/기하와 물Ⅰ을 제시했다. 경희대 건축공 건축 사회기반시스템공, 연대 건축공 도시공 사회환경시스템공, 중대 사회기반시스템공이 해당한다.
화학분야에선 핵심과목으로 미적/확통과 화Ⅰ/화Ⅱ, 권장과목으로 기하와 물Ⅰ/물Ⅱ/생Ⅰ을 제시했다. 경희대 응용화학 화학, 연대 중대 화학이 해당한다. 재료 화공 고분자 에너지 분야에선 핵심과목으로 미적과 물Ⅰ/화Ⅰ/화Ⅱ, 권장과목으로 기하와 물Ⅱ를 제시했다. 경희대 원자력공 신소재공 화공, 연대 디스플레이융합공 신소재공 화생공, 중대 에너지시스템공 융합공 첨단소재공 화공이 해당한다.
생명과학 환경 생활과학 농림분야에선 핵심과목으로 생명Ⅰ/생Ⅱ, 권장과목으로 미적/확통과 화Ⅱ를 제시했다. 경희대 생물 스마트팜 식품생명공 식품영양 유전생명공 환경학및환경공 융합바이오신소재공, 연대 생명공 생화학 시스템생물, 중대 생명과학 생명자원공 식물생명공 시스템생명공 식품공이 해당한다. 천문 지구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과 물Ⅰ/화Ⅰ/지Ⅰ/지Ⅱ, 권장과목으로 확통/기하와 물Ⅱ를 제시했다. 경희대 우주과학 지리, 연대 대기과학 지구시스템과학 천문우주가 해당한다.
의학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과 화Ⅰ/생Ⅰ/생Ⅱ, 권장과목으로 확통과 물Ⅰ/화Ⅱ를 제시했다. 경희대 의예 한의예 치의예, 연대 의예 치의예, 중대 의학이 해당한다. 약학분야는 핵심과목으로 미적과 화Ⅰ/화Ⅱ/생Ⅰ/생Ⅱ, 권장과목으로 확통/기하와 물Ⅰ을 제시했다. 경희대 약학 한약학 약과학, 연대 약학, 중대 약학이 해당한다. 간호보건분야는 핵심과목으로 확통과 생Ⅰ/생Ⅱ, 권장과목으로 미적과 화Ⅰ/화Ⅱ를 제시했다. 세 대학의 간호가 해당한다.
이수 권장 과목 중 일부 과목을 듣지 않은 경우에도 평가에는 크게 영향이 없다. 다만 대학은 학교가 개설하지 않아 이수하지 못한 학생과 학교가 개설했음에도 이수하지 않은 학생을 다르게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개설하지 않았다면 외부 공동교육과정으로 이수하길 추천하고, 동일 과목이 없으면 유사 명칭의 과목을 이수할 것을 권했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도움이 될 만한 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까지도 평가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대 ‘이수 권장과목’ 제시.. 7개 모집단위 기하 권장>
고대는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한해 수학의 ‘기하’ 이수 권장 여부와, 과학 교과목 중 권장하는 과목을 제시했다. 지난해 5개교와 함께 공동 연구한 결과물로 ‘핵심/권장’을 나눴던 것에 비해 올해는 권장과목만 제시했다. 보다 완화된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기하 이수가 권장되는 모집단위는 7개다. 사이버국방 데이터과학 인공지능 수학 수학교육 컴퓨터 스마트보안이다. 과학의 경우 의대와 간호를 포함해 생명과학 환경생태공 바이오시스템의과학 생명공 식품공 화생공 보건환경융합과학 등의 모집단위는 ‘화학/생명과학’이 권장과목으로 제시됐다. 융합에너지공 신소재공 바이오의공 스마트모빌리티는 ‘화학/물리학’, 물리 전기전자공 차세대통신 기공 반도체공은 ‘물리학’, 화학은 ‘화학’, 지구환경과학은 ‘지구과학’을 이수할 것을 권장했다. 공대(전공자율선택제)의 경우 물화생 중 2과목을 이수할 것을 권장했다.
<‘교과 권장과목 제시’ 확대되나.. 문이과 통합 유불리 방지>
대학들이 권장과목을 도입한 배경엔 통합수능을 비롯한 ‘문이과 통합’의 부작용이 있다. 통합수능 도입과 더불어 최근엔 선택과목 제한도 폐지되면서 자연계임에도 미적/기하를 모르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며 대학 내에서는 자구책 마련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는 것이다. 5개교 공동 연구의 ‘학문 분야 수학에 대한 교수 의견’에서는 “공대의 경우 미적분학 일반물리학 등 이공계 교육 이수에 따라 학년별 편차가 심하고, 교육에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권장과목은 대학에서 고교 과목을 다시 이수해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이다.
높아지는 중도이탈률 역시 도입의 필요성을 높였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대학 입장에서 학생을 선발할 때 이탈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집단위마다 필요로 하는 최소 교과목 이수 여부는 확인해야 한다. 적응률과 중도이탈률을 고려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서류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 살펴볼 수 있는 평가요소가 줄었다는 점 역시 도입 배경이다. 학생부 기재항목 축소와 자소서 폐지 등으로 학생의 전공관심도와 계열적합성을 살펴보기 더욱 어려워진 가운데 과목이수현황을 통해서라도 전공적합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권장과목 강화는 2028대입개편 이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심화수학이 폐지되며 이공계에서는 최소한의 허들을 두어 기초학력을 확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 5등급제와 수능 과목/범위 축소로 변별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대학은 여러 카드를 살필 것으로 보인다. 2028대입개편의 본격적인 도입 전, 사전대응을 하는 셈이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역시 권장과목에 대한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이 장관은 지난해 심화수학 폐기에 대해 “이공계에 갈 학생들은 미적분Ⅱ나 기하를 내신에서 거의 다 들어야 된다. 대학은 (내신)평가를 통해 미적분Ⅱ 기하를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심화수학이 수능에서는 빠지지만, 대학에서는 내신에서의 관련 과목 이수 여부를 자격 조건으로 넣을 수 있다는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이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망 학과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권장과목을 이수해야 하고 이럴 경우 교육부가 내세운 문이과 통합이 무색해지고, 고교 내 과목 쏠림 역시 극심해지기 때문이다. 한 상위대학 입학팀장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원하는 과목이 있다고 제시할 경우 고교가 대입에 맞춰 천편일률적으로 변하게 된다. 학생들이 그 과목만 수강하게 되니 긍정적이라고만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를 기점으로 대폭 확대되고 있는 무전공 또한 이수 권장과목 지정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