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리타스알파=조혜연 기자] 의대 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이공계 인재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4개 과기원(KAIST GIST DGIST UNIST)이 과학영재선발제도를 통해 반격에 나선다. 과기원은 그간 조기진학 조기졸업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과고 일반고 자사고 2학년 재학생에게도 과학영재선발제도를 통해 입학전형 지원자격을 부여해왔는데, 올해부턴 영재학교 재학생까지 모든 고교 유형으로 대상을 확대하면서 조기진학 제도의 판을 본격적으로 키운다. 과학기술 분야의 영재성을 나타내는 인재가 집중된 영재학교의 조기진학 빗장이 풀렸다는 점에서 선발 주체인 과기원 또한 인재를 조기선점하기 위해 과학영재선발제도를 보다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원으로의 조기진학이 활성화되면 이공계 최상위권이 만기 졸업한 후 의대로 빠지기 전에 미리 인재를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영재학교나 일반고의 경우 조기 진학이 가능한 방법이 사실상 과기원의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활용하는 방법뿐이어서 과기원이 인재 확보에 있어서 독보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가지게 된다. 정시를 염두에 두고 수능을 겨냥하고 있는 학생뿐 아니라 고3 학종을 통해 의대로 빠질 가능성이 있는 인재까지 선점이 가능한 셈이다. 여기에 KAIST와 GIST가 필두로 도입하고 있는 학-석-박사과정 패스트트랙까지 활용하면 일찍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어 의대와 저울질할 만하다는 게 대학가의 평가다.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한 고2 조기진학 사례는 최근 확대되는 추세다. KAIST에서 과학영재 선발제도에 지원해 실제 대입 합격까지 이어진 인원은 2022학년 34명에서 2023학년 45명, 2024학년 51명으로 증가했다. 김용현 KAIST 입학처장은 “일반고 자율고 등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의 지원자 수가 최근 3년간 5배가량 증가했다”며 “과학영재선발제도를 중심으로 우수 이공계 인재들의 조기졸업 조기진학 혜택을 확대 개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AIST를 기준으로 조기진학 자격 심사의 통과율은 최근 3년간 93.5%에 달한다. 지원자 341명 중 319명이 통과했다. 교내 조기진학 조기졸업 평가를 치르지 않은 과고생은 지원자 294명 중 95.6%(281명)가 통과했으며, 일반고 출신 역시 47명 중 80.9%(38명)로 상당 수가 통과했다. 역량이 있는 고2 재학생이라면 적극적으로 조기진학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셈이다.
과학영재 선발제도는 조기 졸업이나 조기 진학 자격이 없는 과고/일반고/자사고 2학년 재학생과 영재학교 재학생에게도 지원자격을 부여하는 절차다. 심사에서 과학 기술 분야의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을 받아 지원 자격을 받으면 올해 9월 수시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조기 졸업이나 조기 진학의 자격을 이미 갖춘 과고 2학년이나 고3 재학생, 졸업생의 경우 이미 입학 전형 지원이 가능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 심사엔 지원할 필요가 없다. 전형에 합격해 최종 등록을 마친 경우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고교 졸업자와 동등한 학력이 인정된다. 올해 심사 신청 기간은 GIST가 22일부터 24일까지, KAIST가 22일부터 26일까지, DGIST가 29일부터 8월5일까지, UNIST가 8월1일부터 5일까지다.

<고2 인재 조기 선점.. 과기원 과학영재 선발제도 ‘주목’>
4개 과기원은 모두 과학기술 분야에 재능이 탁월한 고2 학생에게 조기입학 자격을 부여하는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운영한다. 기존에는 일반고 자사고 과고 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만 실시했지만 올해부턴 영재학교 재학생과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른 영재교육특례자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조기입학의 혜택을 고교유형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단 올해는 영재학교 중 한국영재만 시범으로 운영하고 서울과고 경기과고 대구과고 광주과고 대전과고 세종영재 인천영재(설립 및 전환 순)의 타 7개교는 내년부터 지원을 허용한다.
통념상 과고만 조기졸업을 통해 진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고에서도 매년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해 조기입학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인공지능 분야의 석학으로 신경망 기계 번역 알고리즘을 개발한 조경현 뉴욕대 교수 역시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해 일반고 2학년 재학 중 KAIST에 조기 입학했다. 과학영재선발제도를 가장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KAIST에 따르면 최근 3년간 47명의 일반고 2학년 재학생이 과학영재 선발제도에 지원했으며, 38명이 심사를 통과해 입학전형 지원자격을 얻었다. 그 중 35명이 실제 지원해 11명이 최종 합격했다.
조기졸업 평가를 통과하지 않은 과고 2학년 재학생 역시 과기원의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해 조기 진학할 수 있다. 실제로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해 KAIST에 조기입학한 한 학생은 “과고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받았지만 조기졸업 대신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선택해 진학했다. 조기졸업 평가를 치르지 않고도 KAIST 진학자격을 갖출 수 있었기에 부담을 덜 수 있었고 그해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 KAIST ‘자소서 제출’.. 7월22일부터 26일까지
KAIST는 심사를 통과하면 수시에서 학교장추천을 제외한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신청자격은 △소속 학교장으로부터 과학기술 분야의 탁월한 능력(영재성)을 인정받아 추천돼야 하고 △과학기술분야(수학 과학 정보) 중 어느 한 과목이라도 특정 학기 석차 백분위가 과고/영재학교 70%, 일반고/자율고/기타 90% 이상을 만족해야 한다. 석차 백분위의 경우 R&E, 과학전람회, 올림피아드, 기타 연구활동 대회에서 입상한 이력이 있다면 대체할 수 있다. 교내, 시/도 단위를 제외한 전국단위 이상의 대회에서 입상한 경우만 해당되며, 입상한 상의 상급에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 학술지 논문과 학술대회, R&E, URP 등의 단순 교육이나 캠프 수료증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올해는 제출서류를 간소화했다. 지난해엔 학생부 성적증명서를 포함해 최대 6종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했으나 올해는 지원서/자소서와 학교장추천서 총 2종으로 줄었다. KAIST 입학전형팀 관계자는 “학교유형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지원자격을 확대하고 지원절자도 간소화해 KAIST 조기진학의 혜택을 더 많은 학생이 누릴 수 있도록 제도를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심사는 지원서 자소서 학교장추천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한다. 학교장추천서를 통해 제공된 정보가 활용되며 ‘학기별/과목별’ 가중치와 ‘대회별/상급별’ 가중치를 함께 고려한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최근 학기, 세계 대회, 대상(금상)일수록 중요도가 높게 적용되는 식이다. 자소서는 ‘본인의 과학기술 분야 탁월한 능력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하시오’ 1문항이며 400자 이내로 작성하면 된다.
신청은 7월22일부터 26일 오후5시까지이며, 학교장추천서는 전자공문을 통해 8월1일 오후5시까지 제출하면 된다. 심사결과는 8월23일 오전10시 이후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제할 예정이다.
-GIST ‘지원 전형 확대’.. 7월22일부터 24일까지
GIST는 올해 과학영재 선발제도 심사 통과자가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확대했다. 지난해엔 일반전형 1개만 지원이 가능했지만, 2025수시에선 일반 특기자 고른기회까지 3개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학교장추천전형만 지원이 불가하다. 신청자격은 국내 고교에서 2학년1학기까지 이수한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교과의 전 과목 환산 평균이 94점(소수 첫째자리에서 반올림) 이상이거나,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아야 한다. 학교장 추천도 필요하다. 학업성적의 학기별 반영 비율은 1학년1학기 20%, 2학년2학기 30%, 2학년1학기 50%로 둔다.
신청기간은 7월22일부터 24일까지다. 제출 서류는 신청서, 교사 추천서, 교과 성적 입력 자료, 학생부다. 제출된 서류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학업 능력과 탁월성을 종합 평가할 예정이다. 결과 발표는 8월23일 공문을 통해 통지한다. GIST는 “신청기간이 지난 후에는 추가 제출을 비롯한 별도의 보완절차가 일체 없으므로 기한을 준수해 제출하길 바란다. 제출서류가 미비한 경우 심사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지원서 작성 및 서류제출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DGIST ‘일반/고른기회/특기자 지원 가능’ .. 7월29일부터 8월5일까지
DGIST도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과하면 2025수시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전형 지원을 허용한다. 신청 자격은 국내 고교 2학년1학기까지 전 학년 전 과목 환산 평균이 94점 이상이거나 과학 기술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다.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학업능력과 영재성 등을 종합평가할 예정이다. 올해 신청기간은 7월29일부터 8월5일까지다. 결과는 8월30일 소속 고교에 공문을 통해 공지한다. DGIST는 “서류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추가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입학 후에도 서류의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른 경우에는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UNIST ‘수시 전 전형 지원가능’.. 8월1일부터 5일까지
UNIST 과학영재 선발제도를 통과하면 일반 지역인재 탐구우수 고른기회까지 2025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신청자격은 국내 고교에서 2학년1학기까지 전 학년 전 과목 환산 평균이 94점 이상이거나, 과학기술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고 인정받아야 한다. 학교장 추천도 필요하다. 학기별 가중치는 2학년1학기 50%, 1학년2학기 30%, 1학년1학기 20%로 둔다. 수학 과학은 석차등급 점수의 10%를 가산해 반영한다.
신청기간은 8월1일부터 5일까지다. 제출서류는 신청서 학교장추천서 개인정보동의서 교과성적입력자료 학생부다. 서류를 바탕으로 지원자의 학업능력과 영재성 등을 종합평가한다. 결과는 8월30일에 발표할 예정이다.
<2026부터 ‘과고 조기진학자’ KAIST 수시 지원 불가.. 과학영재 선발제도 부상>
내년부터는 과학영재 선발제도가 과고생 사이에서도 더욱 부상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KAIST가 2026학년부턴 과고에서 자체적으로 상급학교 조기입학 자격을 받은 학생이 수시 전형에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하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025학년까지는 조기진학자도 수시의 창의도전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에 지원이 가능하지만, 2026학년부턴 수시 모든 전형에 지원이 불가하다. 조기졸업자 역시 2025학년까지는 KAIST 수시에서 창의도전 일반 고른기회 특기자에 모두 지원이 가능하지만, 2026학년부턴 창의도전을 제외한 일반과 고른기회 특기자 3개에만 지원할 수 있다. 현 과고 1학년부터 KAIST에 조기진학하기 위해서는 ‘과학영재선발제도’를 이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교육계에선 KAIST가 부작용이 커진 과고의 조기진학 조기졸업을 줄이면서 동시에 과학영재의 속진교육은 활성화하기 위해 나름의 묘수를 내놓았다고 보고 있다. 과고의 우수한 인재를 조기진학 조기졸업보단 과학영재 선발제도로 유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은 고교 현장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계속해서 축소를 요청해온 사안이다. 과도한 내신 경쟁으로 교육과정의 정상적 운영이 불가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3월 ‘영재교육진흥종합계획’을 통해 2025신입생부터 조기졸업 규모를 조정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과고 20개교가 공동으로 조기졸업 조기진학 비율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조기졸업은 상위 20%(서울/경기 10%, 경남 15%), 조기진학은 상위 40% 이내로 비율이 정해져 있지만 이를 각 15% 30% 이내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과학영재 선발제도는 지원서 자소서 학교장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내신을 기준으로 부여하는 과고의 조기진학 조기졸업제도 보다 과학기술분야로의 진로가 뚜렷하고 진학 의지가 높은 인재를 선별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국 과학영재선발제도를 활성화하면 1년 일찍 이공계열에 진학한 후 반수나 재수를 통한 의대 진학을 노리는 수험생을 1차적으로 막을 수 있고, 동시에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을 겨냥한 내신경쟁에만 몰입하기 보단 R&E 등 연구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한 교육 전문가는 “과고의 조기진학과 조기졸업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의대 이탈의 창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잇따르자 고교에서도 자체적으로 비율을 줄이는 데 이어 대학에서도 문호를 줄이는 모습이다.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고려대가 2025학년부터 조기진학자의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예고했고, 2026학년에는 KAIST까지 합류하게 되는 상황이다. 과고의 조기진학 조기졸업이 줄어들면서 과기원의 과학영재 선발제도가 대체안으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